
긴 줄을 서서라도 먹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한 유명 베이글 맛집. 그러나 새 매장 오픈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청년 근로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이른바 유명 베이글 맛집 과로사 의혹 사건입니다.
이후 고용노동부의 기획감독을 통해 연장근로 한도 위반과 안전보건관리자 미선임 그리고 근골격계 부담작업 예방조치 미흡 등 다수의 위법 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되었습니다. 단순히 한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외식 서비스업계 전반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받는 화려한 외형 뒤에 가려진 열악한 노동 환경과 현장 실무자들의 누적된 피로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 사건이 우리 산업 안전 분야에 남긴 가장 중요한 화두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었는가. 그리고 경영 책임자는 법이 요구하는 의무를 다했는가.
단순히 사고의 유무를 넘어 예방을 위한 체계를 갖추었는지가 법적 판단의 핵심 잣대가 됩니다. 그렇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란 무엇인지 실무적인 관점에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법률로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2024년 1월부터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어 사실상 대부분의 사업체가 의무 이행 대상에 포함됩니다. 급성장하는 외식 브랜드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법이 경영책임자에게 요구하는 핵심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입니다. 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과 예산 그리고 점검 체계를 갖추고 반기 1회 이상 경영 책임자가 직접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는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입니다. 유해하거나 위험한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처리 절차를 문서화하여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는 관계 기관 시정 명령의 이행입니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의 시정 및 개선 명령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넷째는 안전 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 점검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상 의무가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되는지 반기마다 점검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유명 베이글 맛집 과로사 사건에서 적발된 안전보건관리자 미선임과 연장근로 한도 위반 그리고 예방 조치 부재는 이 네 가지 의무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과로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어떻게 적용되는가
많은 경영자들이 과로사를 개인의 건강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다르게 봅니다. 법 제2조는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 역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악화나 급성 심장사 등이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법인에게는 최대 5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등 뇌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군 근로자를 조기에 분류하지 않거나 건강진단 결과를 업무 배치에 반영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경영 책임자의 법적 책임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과 심장 이상 증세는 전조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일상적인 보건 관리가 부실할 경우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책임자는 근로자별 주 52시간 초과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직무스트레스 평가와 건강진단 결과를 업무 배치에 즉각 반영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산업재해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수사가 개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이 나오기 전이라도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경영책임자의 의무 이행 여부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체계를 갖추는 것이 경영책임자 보호를 위한 유일한 방패임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응 전략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핵심 판단 기준은 경영책임자가 사전에 의무를 다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체계적인 예방 조치를 이행했음이 입증되면 처벌이 경감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체계 없이 재해가 발생하면 면책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서비스 외식업 사업장이 반드시 갖춰야 할 실질적 안전보건 체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위험성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장시간 입식 작업과 야간 교대근무 그리고 감정노동 등 유해 요인을 문서화하고 개선 조치를 실제로 이행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근로 시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연장근로 누적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한도 초과 시 자동으로 경보가 작동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안전보건관리자를 반드시 선임하고 관리감독자 교육을 정기적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매뉴얼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어도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근로자가 위험한 상황을 감지했을 때 즉각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보고할 수 있는 비처벌적 문화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제 선택이 아닌 경영의 기본 요건입니다
유명 베이글 맛집 과로사 사건은 브랜드의 화려함이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냉혹하게 증명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제 선택이 아닌 경영의 기본 요건입니다. 이윤 추구라는 단기적 목표에 매몰되어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시장과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습니다. 숙련된 인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며 인적 자원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곧 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안전보건체계는 감독 기관의 점검을 대비하기 위한 서류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경영책임자가 직접 현장을 순찰하고 근로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조직 문화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법 제도의 요구와 현장의 안전이 하나로 맞닿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안전해야 기업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